미용실에 두고 왔던 파우치를 찾으러 갔다가 근처 카페에 들렸다.
네이버 플레이스에 섬네일을 보고 다채로운 인테리어에 눈길이 가서 향한 엘엘엘커피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탁 트인 공간이었으며,
너무 트여있다 보니 테이블이 여기 저기 놓여있어
시선이 가는 공간이 사방의 벽밖에 없어 뭔가 휑한 느낌이 조금 들기는 했었습니다.
그래도 석촌호수가 보이는 탁 트인 뷰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카운터 벽 쪽에 있는 글자들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에 끄적여봅니다.
3시부터 6시까지
3시부터 6시까지는 일상 속에서 누구나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데 일상의 많은 것들이 다채롭게 변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건물끼리 서로 경쟁하듯 만들어지는 빛과 그림자들, 벽에 새겨지는 나무의 모습들..
이런 장면은 일상 속 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지만 곧 잊히는 것이 저는 퍽 아쉽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금세 사라지는 그 순간들을 보며 서사를 부여하거나 어떤 이유로 그곳에 있는지 상상하곤 합니다.
제가 수집한 순간들은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순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쯤 마주쳤을지 모를 순간들을 그려내는 건 여러분들의 일상에서 다시 마주할 그 순간들을
조금 더 기억해 주셨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어제는 어떤 하루였나요?
카페에 있던 사장님인 아티스트 분께서 쓴 글이 내 머리를 띵하고 때렸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저 또한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사진으로 조금씩 담아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 머릿속에 있으신 것처럼 생각하시는 이분의 이야기를 보고 나니
이 공간에 있는 그림들을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되고,
이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다시 느껴지게 됩니다.
괜스레 배경에 흐르는 음악도 한번 귀 기울여 보게 됩니다.
갑자기 나는 이름조차 생소한 이 분과 갑자기 친밀해진 기분이 들고 이야기라도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분의 감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언감생심 카페가 아니라 전시회나 가야 볼 수 있을 것 같은
소중한 작품들로 느껴지니 한점씩 정독하며 차곡차곡 눈으로 담아 봅니다.
그림들을 다시 훑어보니 지금까지 우리에게 단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듯
작가님의 작품들도 제각기 그날의 빛과 온도, 습도, 농도까지 담아내고 있었어요.
그렇게 작가님의 눈으로 동기화가 되어 그날의 아름다운 한 장면을 보고 있으니 자그마한 감동과 함께
따뜻한 기분으로 마음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어,
작가님의 소중한 하루하루를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짧은 시간에 선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나는 오늘의 이 기분을 사진 몇 장으로 담아 SNS에 기록해 봅니다.
1.31일 PM 16:53
이야기가 주는 힘이 이렇게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그냥 여유롭고 감각적인 갤러리 카페에서,
아티스트인 사장님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동기화되는 순간
사장님의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볼 수 있고,
사장님의 안목이 다시 보이게 되며
그분이 그린 그림들을 보며 그 순간을 잠잠히 바라보며 공유해 봅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간직하려고 애쓰시는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귀하게 느껴져
이 공간은 나에게 또 큰 울림을 줍니다.
이런 진심이 담긴 스토리텔링은 별거 아닌 공간을 별것으로 만들어주고
그냥 맛있다고 먹을 수 있는 커피 맛을 특별한 커피 맛으로 바꿔줍니다.
저처럼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가 온 마음으로 응원해 주게 되는 것입니다.
사장님의 인스타로 들어가 친구 추가도 하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에
피드를 이쁘게 하나 올려 응원해 주는 말과 함께 팔로우를 신청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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