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의 두 번째 시간,

심리 상담의 두 번째 시간,
오늘의 주제는 아이 메시지였다.
선생님은 이제 나에게 피드백을 넘어서 숙제를 주셨다.
내가 이 전 수업에서 감정 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나 자신도 완전하지 못하면서 울 엄가가 감정 표현을 너무 못 하시고
본인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서투른 것도 아니고 해본 적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컸던 요즘이라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해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나도 감정 표현 고자이지만 엄마는 얼마나 더 답답하실까 하는 생각에
지금 내가 상담을 하며 느끼며 변화하는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에
뭐라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이 방법에 대해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일단 내가 감정을 표현하는 게 먼저고
그렇게 엄마 앞에서 내 기분과 내 생각을 표현하다 보면 엄마도 보면서 깨닫는 게 있을 거라고 하신다.
그렇게 내가 표현을 하는 걸 몸소 느끼며 엄마도 표현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에 대해 자꾸 물어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맞아 엄마를 궁금해하고 물어보고 해야 했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엠넷 세대이다 보니
자기표현 자기 콘텐츠가 많아 각자 본인 이야기를 하기 바빴었다.
그래도 다른 가족들보다는 우리끼리의 시간도 많이 갖고 밥도 모여서 많이 먹는 편인데
엄마는 항상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었다.
그나마 요즘은 아빠가 자꾸 말을 걸고 장난을 걸어주어서 두 분이 빚어내는 티키타카가 재밌었는데
생각해 보니 아빠도 요즘은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 자꾸자꾸 엄마에게 관심을 돌리고
말을 걸어주는 모습이 어설프게나마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내비쳐져 갑자기 또 행복해진다.
앞으로 우리 가족에게 좀 더 묻고 표현해 주며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가야겠다.
그리고 항상 이야기했던 타인에 대한 엄격한 잣대에 관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내가 느끼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손절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를 생각해 보라고 했다.
그 사람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내가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았는지..
갑자기 생각해 보니 최근? 아니 그 뇌리에 깊게 박혔던 몇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전 직장동료인 그녀와 둘이 만나서 회사, 일상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할 말이 많던 우리는 그녀가 먼저 말문을 트고 본인의 회사 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하고 나는 진심으로 들어주고 반응해 주었다. (물론 뇌피셜입니다만..)
그리곤 요즘 나의 근황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이야기를 하며 본 그녀의 표정은
동공이 풀려나가며 하품을 연달아 몇 번을 하더니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엔 눈에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그 지루함을 참지 못한 그녀의 표정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래서 헤어지는 길에 너무 무례한 그녀를 다신 보고 싶지 않다고 되뇌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도 찝찝한 마음에 내 이야기가 그리 재미가 없었나? 교감 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지루했나?
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 그때의 상황을 곱씹어 보기도 했었다.
이 상황을 돌이켜보면서 상담사님께 이야기한다.
지인이랑 대화하는데 지루함을 온몸으로 표현을 하는 그 사람이 너무 무례해서
내가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싶었고 했다.
그럼 최근에 짜증이 났던 적 있었나요?
항상 남자와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을 난 이때다 싶어 연결했다.
어떤 사람과의 두 번째 만남이 있었던 뒤, 아직은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그 남자는 우리 집에 초대해달라는 말을 했다.
그 비슷한 뉘앙스를 이전에도 비친 적 있던 터라서 약간의 버프가 되어
나는 그 말에 많은 뜻을 내포에 이 사람이 나를 쉽게 보고 있나,
내가 또 이 사람에게 가볍게 비친 점이 뭔가,
남자들은 왜 다 생각하는 게 이 모양이고 똑같지,
그것밖에 모르는 짐승들이라며
엄청 엄청나게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져 주체를 못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이야기를 전달하며 나를 쉽고 가볍게 본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고
그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더 나아가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듣고 계시던 상담사님이 질문하셨다.
음.. 그런데 진아 씨는 그 사람들과 부딪혔을 때 원인을 왜 진아 씨에게서 찾는 거죠?
그 사람이 그냥 나랑은 안 맞는 사람이고 어떻게 보면 별로인 사람일 수 있는 거잖아요?
라고 되물어 보시는데 또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사람은 그냥 별로구나, 저렇게 여자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나를 가볍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잘못이지, 사람 볼 줄 모르고 나에게 이렇게 대하는 네가 손해지 뭐라고
콧방귀나 뀌어가며 나랑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가볍게 느낄 수 있는 건데
지레 내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 건지 아니면 그동안의 내 경험을 토대로 일반화를 시키는 건지
나의 어떤 부분이 저 사람에게는 쉬운 여자로 비치나, 내가 옷을 좀 야하게 입었노라며
내 안에서 부족하거나 잘못된 점을 찾았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을 또 그 하나로 판단하지 말고 몇 번의 기회를 줘보라는 말씀
완벽한 사람은 없고, 나 또한 미성숙한 인간이고 같은 실수를 몇 번이고 반복하기도 하지 않나..
하지만 나도 선생님의 말을 100% 다 수용하지는 못한다.
내 안에 확고한 가치관들이 물음표를 짓게 만든다.
그런 가벼운 사람과의 만남을 이어가도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할 걸 안다.
그게 무의식에서 오는 내 육감 같은 것인데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그 사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느낌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고, 그냥 그 하나로 피해 버릴만한 내 안의 확신 같은 게 있다.
피드백을 수용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도 그 부분은 많이 부족하디 부족하다..
그냥 한번 받아들이고 넘어가 줘서 만남을 이어 가보면 또 다른 모습들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맞을 수 있다.
올해의 나는 계속 그걸 넘고 깨보기로 한다.
바뀌지 않으면 내년과 똑같다.
해보고도 그 방식이 나랑 맞지 않으면, 또 돌아가기로 하고 올해는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바뀌는 게 아니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을 평가하며 잘라내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자연스럽게 두는 것..
그 자리에 두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성숙해지며 나랑 맞아가는지 지켜보는 것
실수를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는 것
마음의 여유가 없더라도 조금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내 사람들에게는 나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
내 사람들의 감정을 소중하게 지켜봐 주고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런 것들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참 많은 생각의 폭을 넓혀준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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