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날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 앞에 소원의 돌탑처럼 쌓아놓은 분리수거들을 보면서 안 되겠다 싶어
바리바리 정리해가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분리수거 공간으로 가고 있는데 해필 유리병을 떨어트려 와장창 깨져버렸다..
이럴 수가..또 이 덤벙이는 일을 크게 키웠다.
차가 지나다니는 곳이라 빨리 치워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니 구석에 청소도구들이 있었다.
가서 보니 쓰레받기는 있는데 빗자루가 없다..
뭐지 어쩌지 하다가 쓰레받기 두 개로 대충 쓸어 모은 뒤, 마대자루로 잔 유리를 처리했다.
오 나름 센스 있는 대처였어.
그러고는 쓰레받기에 유리 조각들을 가지고 버릴 곳 없나 하다가,
집에 가지고 가야겠다 생각해 쓰레받기를 가지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그때, 경비원 아저씨께서 내려오셔 마주쳤다.
아마도 카메라를 보시다가 뭐 하는가 싶어 내려오셨나 보다. ㅋㅋㅋ
괜히 한소리 들을까 싶어 눈치를 보며 뚝딱뚝딱 거리며 지나치고 있는데
경비 아저씨의 시선은 나에게 꽂혀있다.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빤히 보시는 거다..
난 또 지레 찔려가지고 자백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아니, 분리수거하다가 병이 깨져서 치우고 버릴 곳이 없어서
집에서 버리고 쓰레받기는 가져다 놓으려고요~~ “ 하니
“아이고, 잘했네 사람이 확실하네 확실해 그래 고마워요,
이렇게 치워주는 사람이 없어 그냥 놔두고 다 가버리지 고마워요”
반전의 감사 인사를 전해주시는 것이었다..
내가 사고 치고 수습한 것이고 당연한 일인데 이게 칭찬받을 일인가라는 생각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뿌듯한 웃음으로 변했다.
경비 아저씨의 고맙다는 말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사고 치고 움츠려있는 나에게 감사 인사를 해주시다니,
너무 뿌듯하고 나 자신이 또 조금 괜찮아 보여서 으쓱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문득 든 생각은 당연한 일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그럼으로써 당연한 걸 고마워하는 세상이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조그마한 일에 고마워하시는 경비 아저씨에게 나는 따뜻함과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퍽퍽하게 메마른 도심에서 오아시스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당연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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